겨울철 음식이었던 냉면
북쪽이 고향인 사람들은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방에서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동치미국에 냉면을 먹는 것이 진짜 냉면 맛이라고 하며 남도 출신은 더운 여름에 뜨거운 닭국에 호박을 넣은 칼국수를 땀을 흘리면서 먹었다고 합니다. 이냉치냉과 이열치열의 원리로 우리의 세시풍속기인 동국세시기에서도 겨울철 시식으로 냉면을 들고 있는데 요즘은 냉면이라 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뉘고 평양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고 삶은 국수를 차가운 동치미국이나 육수에 말은 장국 냉면이고 함흥냉면은 강냉이나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고 가늘게 뺀 국수를 매운 양념장으로 무쳐 새빨갛게 양념한 홍어회를 얹은 비빔냉면으로 만드는 법과 맛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20년 전까지는 냉면이라 하면 대부분 평양식 물냉면이었지만 요즘은 이에 못지않게 함흥냉면이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널리 알려졌고 인기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함흥에는 가자미회를 얹은 냉면이 있는데 아주 흔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리국밥집이 많았다고 합니다.
냉면의 본고장은 이북
냉면의 본고장 이북의 자랑스런 민족음식의 평양냉면 부분을 보게 되면 메밀가루와 감자녹말을 5대1의 비율로 중조를 넣고 반죽하여 분통에 넣고 눌러 사리를 만들어 소, 돼지, 닭을 같이 삶아서 국물을 내고 김치, 삶은 고기, 달걀 지단, 배, 실파, 실고추를 얹어 겨자즙과 식초를 따로 내는 지금의 냉면과 비슷합니다. 냉면이 처음 나오는 문헌은 동국세시기로 11월 시식으로 소개했는데 “무김치나 배추김치에 메밀국수를 말고 여기에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 하고 잡채와 배, 밤, 쇠고기, 돼지고기 썬 것과 기름, 간장을 메밀국수에다 섞은 것을 비빔국수라 한다. 냉면은 평안도 냉면이 최고이다”라고 쓰여있습니다. 평양이 냉면의 본고장으로 비빔국수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으며 남쪽에서는 풍기냉면이 유명한데 남쪽으로 피난 온 평양 사람들이 시작해 평양냉면과 그 뿌리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냉면 만드는 법은 시의전서에 처음 나오는데 동치미 냉면은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국에 말되, 화청하고, 위에 양지머리, 배, 좋은 통배추김치를 다져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흩어 얹는다”고 쓰여져있으며 장국냉면이라 하여 고기 장국을 식혀서 국수를 만 것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궁중 잔칫상에 올랐던 음식
궁중의 잔치 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를 보면 잔칫상에 반드시 국수가 올라갔으며 왕족부터 손님, 신하, 악공, 여령에 이르기까지 주식으로 국수를 차렸다고 하며 궁중의 잔칫상에는 보통 온면을 차렸으나 1848년 3월 잔치와 1874년 4월 잔치 두 차례만 냉면을 차렸는데 1848년은 순조 비의 육순 축하 잔치이고 1873년은 강령전 화재로 소실된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연 잔칫상입니다. 냉면에 쓴 재료는 메밀국수, 양지머리, 돼지다리, 배추김치, 배, 꿀, 잣 등으로 1873년에는 고춧가루를 더 사용하고 잔치의 시기가 음력 3~4월로 더운 철도 아닌데 냉면을 차린 것은 드문 일로 재료로 보아 한말의 상궁들이 말한 고종이 즐기던 냉면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합니다.
고종이 순종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덕수궁에 머물던 시절 겨울철 야참으로 설렁탕, 냉면, 온면을 즐겼고 술을 못해 대신 사이다나 식혜를 들었다고 합니다. 고종이 즐겼던 냉면은 가운데에 열십자로 편육을 얹고 빈 곳에는 배와 잣을 덮었으며 냉면 사리는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사다가 썼고 배는 칼로 썰지 않고 수저로 얇게 저미고 동치미국은 배를 많이 넣어 담가 달고 시원했다고 고종의 총애를 받던 삼축당이 전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궁중의 음식 책임자였던 조순환이 조리사와 기생을 모아서 세종로의 동아일보사 자리에 명월관이라는 고급 요정을 차림으로써 궁중 음식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부인필지라는 책이 나왔는데 명월관 냉면은 “동치미국에 국수를 말고 무와 배, 유자를 얇게 저며 넣고, 제육을 썰어 넣고 달걀을 부쳐 채썰어 넣고, 후추, 배, 잣을 넣는다”고 쓰여있습니다.
메밀은 자체에 끈기가 없어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야하며 뜨거운 물로 반죽해서 치대야 하는대 밀가루나 전분의 비율과 치대는 기술에 따라 면의 끈기와 질감이 다르다고 합니다. 냉면은 메밀국수를 반죽하여 분통에 넣어 눌러서 빼는 압착면으로 본초강목에서는 “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훑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외의 냉면으로 북쪽 지방에는 겨울철에 잡은 꿩고기를 넣은 생치냉면, 충청도 지방에는 나박김치냉면, 경상도 지방에는 바지락으로 국물을 낸 밀국수냉면이 있습니다.
냉면 재료 (4인분)
쇠고기(양지머리 또는 사태) 300g, 물 15컵, 파 1뿌리, 마늘 3쪽, 동치미 무 1개, 오이 1개, 배 반개, 달걀 2개, 메밀국수 4인분, 겨자즙, 설탕, 식초 적량, 실고추 약간, 동치미 국물 5컵, 육수 5컵, 소금 1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냉면 만드는 법
양지머리 덩어리를 씻어 끓는 물에 파, 마늘을 넣고 삶아주고 고기는 건져서 젖은 행주로 싸서 눌러 편육을 하고 육수는 기름을 걷어 차게 식혀주며 동치미 무는 반달형으로 얇게 썰고 오이는 어슷하고 얇게 썰어 소금에 절였다 기름에 살짝 볶고 배는 납작하게 썰고 달걀은 삶아서 반으로 가르고 편육은 얇게 썰어줍니다. 차가운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반씩 섞고 식초, 소금, 설탕으로 간을 맞춰줍니다. 냉면 국수를 심이 약간 남을 정도로 잠깐 삶아 냉수에 헹구어 일인분씩 사리를 만들어 채반에 건집니다. 대접에 냉면 사리를 담고 위에 편육 등 골고루 얹고 장국을 옆에서 살며시 부어줍니다. 매운맛을 낸 겨자즙, 설탕, 식초 등을 따로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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