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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신선로 만들기 왕의음식 신선로


화합을 다지는 음식


가장 대표적인 궁중 음식으로 신선로는 원래 냄비 이름이고 음식 이름은 열구자탕이었지만 지금은 신선로가 음식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옛날에는 마른 해삼과 전복도 넣었고, 등골 전을 부쳐서 넣기도 했습니다. 이규태는 “신선로야말로 가장 발달한 잡취 용기이며, 그 다양한 재료는 어떤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불어 둘러앉아 오색십색의 갖가지 다른 음식을 화합시킨 것을 한 냄비에서 나누어 먹음으로써 각기 다른 생각이나 의견, 주장, 정치색을 화합시키고, 

또 앞으로 있을 약속이나 계약을 다지는 음식이 신선로인 것이다.”하고 칭찬하였다고 합니다.







신선로의 유래


신선로는 탕류라고 보기에는 건더기가 많지만 전골보다는 탕에 더 가깝고 옛 음식책에는 대부분 국을 뜻하는 갱 또는 탕으로 분류하였지만 1950년대 이후의 책에서는 전골류로 분류하기도 하였습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신선로의 유래를 중국의 소동파 이전으로 올라가지만 해동죽지에는 지금의 호화로운 음식과는 어울리지 않게 허암 정희량의 소박한 섭식에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연산군 때 벼슬을 지낸 정희량은 시를 잘 짓고 음양학에도 밝아 스스로 자기 운명을 점치는 사람이었는데 무오사화 때 의주에서 귀양을 살고 온 다음, 이후엔 더 큰 사화가 있을 것이라며 중이 되겠다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고 가족들이 백방으로 찾다가 강가에서 그의 짚신과 상관을 보고는 물에 빠져 죽은 줄 알고 해마다 집 나간 날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천년이라는 이름으로 중이 되어 전국의 산수를 방랑하고 있었고 퇴계 이황이 산에 들어가 주역을 읽는데 한 노승이 옆에 있다가 틀린 데를 가르쳐 주자 이황은 그가 바로 허암임을 알아보고는 세상으로 나오기를 간청하였으나 마다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허암은 선인의 생활을 했는데 신선의 풍토에 따라 화로 하나에 여러 채소를 한데 넣고 익혀 먹었는데 나중에 그가 선계로 간 후 사람들이 그 화로를 신선로라고 부르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전해집니다. 끓이고 익히는 기구가 별도로 있는데 큰 합과 같은 모양에 발과 아궁이가 달려 있고 합 가운데에 둥근 통이 세워져 있는데 뚜껑의 바깥까지 높이 나와 있고 뚜껑은 중심에 구멍이 있어 원통이 위로 튀어나와 있으며 이 원통 안에 숯불을 피우면 바람이 아궁이로 들어가고 불길은 가운데 구멍으로 나갑니다. 





신선로 냄비


합의 둘레에 돼지고기, 생선, 꿩, 홍합, 해삼, 소의 양, 간, 대구, 국수, 고기, 만두 등을 돌려 놓고 파, 마늘, 토란 등을 고루 섞어 놓은 다음 맑은장국을 넣고 끓이면 각 재료에서 국물이 우러나와 맛이 매우 좋으며 몇 사람이 둘러앉아 건지는 젓가락으로 집어먹고 국물은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데 뜨거울 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 음식은 모여 앉아 회식하는 데 아주 적당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 가지고 온 이 기구는 전별하는 야외 모임이나 겨울 밤에 모여 앉아 술자리를 벌일 때 매우 좋다고 합니다. 이 책에 기구를 사 가지고 왔다는 것은 중국에서 사 왔다는 뜻입니다.









신선로 재료(4인용)


곰탕거리(사태 또는 양지머리)200g, 곤자소니 200g, 양 200g, 물 20컵, 파 2뿌리, 마늘 4쪽, 무 1개, 쇠고기(우둔) 300g, 당근 1개, 달걀 6개, 석이 20g, 미나리 100g, 처녑 200g, 생선흰살(숭어 또는 민어) 150g, 소금·후춧가루 약간, 밀가루 적량, 마른 표고 6개, 다홍고추 4개, 호두 6개, 은행 20개, 잣 2큰술







신선로 만드는 법


곰탕거리 삶기 : 사태, 양지머리, 양, 곤자소니를 각각 손질하여 큰 냄비에 물 20컵을 붓고 끓이다가 덩어리 고기와 내장을 넣고 파와 마늘쪽을 넣어 삶아줍니다. 

고기가 반 정도 익으면 무와 당근을 통째로 넣고 삶아서 익으면 건지는 모두 건지고 장국은 양념으로 간을 맞추고 삶은 고기와 무를 납작납작하게 썰어 양념으로 고루 무쳐줍니다. 육회와 완자 빚기 : 소고기 200g은 납작하고 작게 썰어서  양념으로 고루 무치고, 100g은 곱게 다져서 양념으로 고루 주물러서 직경 1.2cm의 완자를 빚어줍니다. 달걀 지단 : 석이버섯은 더운물에 불린 후 손으로 비벼서 안쪽의 이끼를 깨끗이 벗기고 곱게 다집니다. 달걀 4개를 황백으로 나누어 소금을 넣고 잘 푼다. 흰자는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다진 석이를 섞고, 반은 그대로 둡니다. 네모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흰색(달걀 흰자), 노란색(달걀 노른자), 검은색(석이)의 삼색 지단을 부쳐주고 미나리초대, 마른 표고 : 미나리는 다듬어서 길이를 고르게 하여 양 끝에 가는 대꼬치로 꿰어 네모지게 만들어서 밀가루를 고루 무친 후 잘 푼 달걀을 씌워 번철에 지집니다. 마른 표고는 찬물에 불려서 기둥을 떼고, 다홍고추는 반으로 갈라서 씨를 뺍니다. 각색 전유어 : 처녑은 한 장씩 떼어 소금으로 주물러 씻은 후 잔칼집을 넣고, 생선살은 넓게 포를 떠서 각각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씩 뿌린 후에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푼 달걀을 씌워서 번철에 전을 부쳐줍니다. 고기완자도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서 굴리면서 지져줍니다.

견과류 손질 : 호두는 겉껍질을 까서 더운물에 담갔다가 속껍질을 말끔히 벗겨 내고, 은행도 겉껍질을 깨서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서 마른 행주로 비벼 껍질을 벗겨줍니다. 잣은 껍질을 까서 뾰족한 쪽에 붙어 있는 고깔을 다듬어 놓습니다.

지단, 전, 채소 썰기 : 이상에서 준비한 지단 세 가지, 미나리초대, 전유어, 표고, 고추, 삶은 당근 등의 채소를 모두 신선로틀의 폭을 길이로 삼고 폭은 3cm 정도의 직사각형(골패형)으로 썰어서 넓은 그릇에 색을 맞추어 담아 놓습니다.

신선로 꾸미기 : 신선로틀의 맨 밑에  곰탕거리와 무 양념한 것을 깔고, 그 위에 날고기 양념한 것을 고르게 펴서 까고 그 다음은  지단, 전, 채소를 색맞추어 돌려 담고 맨 위에는 손질한 견과류와 고기 완자를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어줍니다.

재료를 모두 담으면 장국을 펄펄 끓여서 신선로틀에 붓고 뚜껑을 덮고 가운데 화통에 불이 잘 핀 숯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에 상에 냅니다.